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장례가 끝난 후, 남은 사람들은 고인의 물건을 정리하고 삶의 흔적을 추억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한 가지 정리가 더 필요합니다. 바로, ‘디지털 자산’입니다. 고인의 페이스북 계정, 인스타그램 사진, 블로그 글, 이메일, 유튜브 채널...
이 모든 온라인 정보들이 남겨진 채 그대로 있다면,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로 이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이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장의사(Digital Undertaker)입니다. 실물 유품이 아닌 온라인상의 유산을 정리해주는 전문가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입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디지털 장의사는 단순히 계정을 삭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들은 고인의 디지털 자산을 보존할 것인지, 삭제할 것인지, 혹은 상속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을 돕고 기술적으로 복잡한 업무를 대행해주는 디지털 상속 컨설턴트에 가깝습니다.
주요 업무 예시:
고인의 SNS 계정 삭제 또는 추모 계정 전환
블로그, 유튜브 채널의 게시물 정리 또는 백업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문서 등 자료 정리
이메일 계정 폐쇄 또는 인수 절차 대행
유가족 요청에 따른 디지털 유산 상속 자문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추모 페이지로 전환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유가족 요청 시 고인의 계정을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청에는 사망 증명서, 신분증, 관계 증명 등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죠.
디지털 장의사는 이 과정을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며, 때로는 고인의 의사를 미리 반영한 디지털 유언장을 작성하는 일도 합니다.
왜 지금 디지털 장의사가 필요한가요?
디지털 장의사는 현대인의 삶이 점점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생겨난 새로운 직업입니다. 이전에는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서랍 속 사진, 책, 유품 정도만 정리하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기록이 디지털 공간에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블로그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썼고, 누군가는 인스타그램에 가족과의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암호화폐, 인터넷뱅킹, 온라인 자산까지 디지털 상속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대면 시대 이후, 온라인 활동 비중 급증
SNS·유튜브 등 콘텐츠 생산자 증가
디지털 유산 분쟁 사례 증가 (가족 간 계정 권한 다툼 등)
고인의 기록을 추억으로 보관하고자 하는 가족의 니즈 확대
사후 디지털 흔적이 타인에게 노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
예컨대 사망한 유튜버의 계정이 방치되어 악성 댓글이 달리거나, 고인의 이메일이 해킹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는 유가족의 심리적 안정과 법적 보호까지도 고려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전망은?
디지털 장의사는 아직은 국내에서 생소하지만, 일본, 독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전문 업체와 자격 교육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부 스타트업이나 장례 서비스 업체에서 이 역할을 포함하기 시작했고, 프리랜서 또는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장의사를 준비하려면?
IT 및 플랫폼 이해: 각종 SNS, 이메일, 클라우드, 계정 시스템 이해
개인정보보호법 및 유언 상속 법률 지식
심리적 공감 능력: 유족과의 민감한 소통 필요
관련 분야 경험: 장례 지도사, 법률 보조, IT 보안 업무 등 유리
자격증은 아직 국내에는 없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 자산 관리사(Digital Estate Planner), 디지털 상속 전문가 등의 민간 자격 과정이 존재하며,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교육 과정이 생기고 있는 추세입니다.
수익과 전망은?
의뢰 1건당 30만 원~150만 원 이상 (작업 난이도에 따라)
플랫폼과 연계한 장례 서비스 확장 가능
향후 법제화가 본격화되면 전문가 수요 증가 예상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온라인 자산 보유자의 생전 유언 관리 서비스도 확대 중
특히 프라이버시, 보안, 법률, 심리상담 능력을 두루 갖춘 복합형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 지속적인 전문성 향상이 중요합니다.
디지털도 정리해야 완전한 이별이 됩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단지 장례식을 치르는 것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 흔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일까지 포함됩니다. 디지털 장의사는 바로 그런 일을 도와주는 사람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자산들을 정리하며,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배려를 전하는 직업입니다. 혹시 IT 기술에 익숙하고, 사람의 삶과 기록을 존중하는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면 이 새로운 직업군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르는 직업’ 시리즈,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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